광양 백운산白雲山(1,222m)은 남한 23개 백운산 중에 가장 명산으로 꼽힌다. 몇 가지 이유가 전한다. 우선, 광양 백운산에서 나오는 고로쇠 수액을 가장 으뜸으로 평가한다. 그 유래도 진위여부를 차치하고 재미있다. 신라가 삼국 통일 직전 백제와 전투를 벌이다 백제군들이 패전 직전의 상황에 처했다. 후퇴를 거듭하다 백운산에서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원기를 회복, 전세를 뒤집었다고 전한다. 또 통일신라 말기 도선 국사가 오랜 좌선 후 일어서려 했으나 다리를 펼 수 없어 겨우 옆의 나무를 잡고 일어섰다. 잡은 나무가 부러지면서 수액이
남녘의 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계절이다. 4월은 남녘의 산들과 섬들이 손짓한다. 온갖 꽃들이 유혹한다. 새들도 분주히 지저귄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오고 왔다. 새순이 돋는다. 꽃들도 핀다. 덩달아 산야가 새 옷을 입기 시작한다. 매화와 산수유는 이미 지기 시작하고, 진달래와 벚꽃, 유채꽃이 화사한 색깔로 상춘객을 맞는다.4월의 산은 봄꽃과 남녘의 봄바람을 느낄 수 있는 산 위주로 선정했다. 우선적으로 꼽히는 산은 앞서 4월의 명산에 소개된 광양 백운산이다. 이어 진달래로 유명한
우리나라에서 똑 같은 이름을 가장 많이 가진 산이 봉화산이다. 조선시대는 외적의 침입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국 곳곳의 산에 봉화를 피웠기 때문에 봉화산이란 지명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수백 개가 될 법한데 47개. 백운산도 이에 못지않다. 전국에 동명이산同名異山이 23개나 된다. 그중 가장 높은 축이면서 가장 남쪽에 있고, 가장 족보가 있는 산이 광양 백운산白雲山(1,222m)이다.백두대간에서 뻗어 내려온 한반도 등줄기는 함양과 장수의 경계인 함양 백운산(1,279m)에서 호남정맥으로 가지를 낸다. 호남정맥의 능선은 남해를 한
점봉산點鳳山(1,426m)은 지금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한국 최고의 천상의 화원이자 야생화의 천국이다. 이른 봄 복수초부터 늦가을까지 얼레지·모데미풀·바람꽃·한계령풀 등 갖가지 다양한 야생화와 참나물·곰취·곤드레 등 산나물들이 산 구석구석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이 정도 되면 조선 선비들이 무더운 여름 날 계곡을 찾아 음풍농월하며 더위를 식히거나 봄 가을 야생화를 즐기며 유산록을 남길 만하다. 옛 문헌이나 고지도에도 당연히 점봉산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지명유래도 소개할 법하다. 하지만 숱한 고지도나 문헌을 한참 찾았지만 단 한
설악산권 남쪽 끝자락에 있는 점봉산點鳳山(1,426m)은 야생화 천국이다. 1990년대 초 점봉산 식생과 환경을 조사한 서울대 전 환경대학원장 이도원 교수는 “당시 강선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에 집은 두 가구뿐이었고, 지천으로 널린 야생화가 너무 화려해서 마치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것 같았다. 몇 년간에 걸쳐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찾아 연구를 마친 뒤 그 야생화를 잊을 수 없어 가족을 데리고 다시 방문했지만 처음 봤던 그 경관은 다시는 볼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점봉산 곰배령은 그만큼 ‘야생화의 천국’, ‘천상의 화원’으로 남한의 대
평창과 영월의 경계를 가르는 백덕산白德山(1,350.1m)은 설경이 뛰어난 대표적인 겨울 명산이다. 하지만 옛 문헌에서는 혼동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백덕산과 인근 사자산을 명확히 구분해서 지정했지만 그 근거가 불분명하고 옛 문헌에 나오는 거슬갑산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지역의 향토사학자들조차 지명정리가 완전히 되지 않은 듯하다.먼저 원주목편에서 ‘(원주의) 명산은 치악雉嶽(주 동쪽에 있는데, 봄·가을에 향축香祝을 내려 제사 지내기를 소사小祀로 한다)과 거슬갑산琚瑟岬山(주천현 북쪽에 있
대한산악연맹(이하 대산련) 차기 회장을 3월 중에 선출할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대산련은 전임 회장의 불신임으로 공석이 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급기야 대한체육회 사고단체로 지정돼, 행자부 차관을 지낸 안양호 관리위원장을 파견해 1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안양호 관리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전국 17개 시도산악회장단 및 산악계 관련자들과 잇달아 모임을 갖고, “대산련을 최대한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내(모임을 가질 당시 기준) 선거를 치르고 회장을 선출하기로 했으나
겨울산은 설경雪景이 우선이다. 설경은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동서를 가로지르는 높은 산에서 특히 뛰어나다. 높은 산을 넘지 못하는 눈구름의 영향을 크게 받아 잦은 폭설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덕유산이나 태백산 설경이 탁월한 이유다. 국립공원 외의 산으로는 영월과 평창의 경계에 있는 백덕산白德山(1,350.1m)이 대표적인 설경 명산으로 꼽힌다.산림청이 백덕산을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 배경에도 그 이유가 나온다. ‘천연 원시림을 간직한 주계곡과 함께 설경이 뛰어나 겨울철 산행지로 유명하다. 더욱이 백덕산 남서쪽 연화봉 아
새 마음, 새 뜻을 담기 위해서 어느 산에 가는 게 좋을까? 1월에는 대개 새로운 마음을 다지기 위해 산행을 한다. 그렇다면 어떤 분위기가 맞을까. 눈꽃과 상고대로 덮인 설산? 일출이 좋은 확 트인 산? 신비한 전설을 간직한 산? 산행지를 선택하는 기준과 그에 따른 결정은 항상 고민과 신중을 기하게 한다.사실 우리나라 산은 전부 비슷한 듯하지만 전문가가 볼 때는 조금씩 다르다. 특별히 눈과 바람이 많은 산이 있고, 내륙에 있지만 조망이 좋은 산이 있고, 계곡과 물이 특별히 많은 산이 있다. 그런 요소를 계절과 결부시켜 산행지를 선택
에 동해·삼척 두타산頭陀山(1,357m)이 최초로 등장하지만 구체적 지명이 맞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통일신라가 전국의 명산대천을 대사·중사·소사로 나눠 국가 제사를 지냈다. 그중 중사의 4해海 행정구역에 두타산 부근 앞바다가 지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4해는 동쪽의 아등변, 남쪽의 형변, 서쪽의 미릉변, 북쪽의 비례산이다. 여기서 비례산이 실직군이 현재의 삼척시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서 두타산 인근으로 짐작하고 있다.권5 세가편에 ‘이제현이 찬하기를 경릉 때 두타산인頭陀山人 이승휴가 올린 에 덕
두타頭陀, 번뇌와 의식주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깨끗하게 불도를 닦는 수행을 말하거나 산야를 다니면서 밥을 빌어먹고 노숙을 하면서 온갖 쓰라림과 괴로움을 무릅쓰고 불도를 닦거나 또는 그 승려를 가리킨다.한국에 동명이산이 수두룩하지만 두타산頭陀山(1,357m)은 동해와 삼척시에 걸쳐 있는 산이 대표적이다. 산세도 부처가 누워 있는 형상이요, 이름도 속세의 번뇌를 떨치는 산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온통 부처와 관련돼 있다. 불교가 한반도를 지배하던 시절 일찌감치 이름을 알렸던 산으로 짐작된다.두타산은 예로부터 삼척지방의 기우제를 지내던 산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이 분위기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단풍 들자 무섭게 낙엽이다. 떨어진 달력 마냥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쌓인다. 낙엽 밟자마자 겨울 추위가 몰려온다. 설악산은 벌써 첫눈이 내렸고 내장산·두륜산은 마지막 단풍을 불태우고 있다. 연말이다. 정리의 시간이고 마무리의 시간이다. 한 해의 잘잘못을 돌아보며 위안을 받고 싶어 한다. 낙조·석양은 정리이고 마무리다. 장엄한 일출은 기운을 주지만 황금빛 노을은 위안을 준다. 정리와 마무리를 하고, 위안을 받기 위한 장소를 찾는다. 당연히 남도다. 굳이 남도가 아니더라도
달마산達摩山(489m)은 남도 제일의 석양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달마산 중턱에 있는 미황사美黃寺란 사찰 이름에서부터 수려한 노을을 알 수 있게 한다. 1692년(숙종 18) 민암이 기록한 것으로 전하는 에 ‘미황사의 미美는 소의 아름다운 울음소리에서 따왔고, 황黃은 금인의 황금빛을 따와 지었다’고 나온다. 소는 사람과 같이 농사일을 하는 동물로서 저녁이 되면 먹이를 달라고 울음소리를 낸다. 소가 길게 울면 저녁이 됐다는 얘기다. 저녁은 바로 석양이 넘어가는 시간이고, 황금빛을 달마산 일대에 발하는 경관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소백산맥이 두륜산을 지나 마지막으로 우뚝 솟은 산이 달마산達摩山(489m)이다. 해남군 현산면·송지면·북평면에 걸쳐 있고, 천년 고찰 미황사와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다. 산 이름은 경전dharma·達摩을 봉안한 산이라는 뜻에서 비롯됐다. 현대의 지형도에는 달마산達馬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산 능선은 마치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기암과 괴봉이 7km에 걸쳐 이어져 있다. 남해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데 손색없을 만큼 풍광이 수려하고, 힘찬 기상과 장엄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달마산은 불상과 바위, 그리고 석
금정산金井山(801.5m)은 역사적으로 여느 산 못지않게 오래된 듯 보이면서도 역사의 전면에는 별로 등장하지 않았다. 더욱이 왜구가 한반도로 침입하는 전초기지로서 많은 난리를 겪었을 법한데 이에 대한 기록이 조선 이전까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가야와 왕래한 기록은 있지만 금정산과 직간접 관련된 기록은 없다. 금정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권4 의상전교조에 등장한다.‘(중국 유학 간 의상이 귀국하여 밀단법密壇法을 설치하고 기도하여 국난을 면하게 하였다. 이에 의상이 태백산에 돌아와 조정의 뜻을 받들어 부석사를 창건하고 대
금정산金井山(801.5m)은 부산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부산 시민들은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한 작업을 10여 년 전부터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으나 여러 여건상 아직 답보상태다.금정산 정상 고당봉 주변은 가을만 되면 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한껏 가을 정취를 뽐낸다. 정상에 이만한 억새군락을 가진 산도 많지 않다. 11월의 명산으로 꼽힌 이유다. 단풍은 워낙 유명한 산이 많아, 그 산들의 반열에 오르기는 조금 무리 있을지 모르지만 억새군락으로는 정상 반열에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금정산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남한
가을은 깊어가고 단풍은 짙어가고 낙엽은 한두 잎씩 쌓인다. 바람에 살랑이는 억새는 햇빛을 받아 환상적인 금은빛을 발한다. 바람과 햇빛과 억새는 공존의 철학이자 미학이다. 억새는 바람과 햇빛이 없으면 그 빛이 바랜다. 인간은 자연을 보면서 공존의 가치를 느끼고 배운다.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닌 이유다.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기온도 내려간다. 일부 지역은 밤 기온이 벌써 영하를 기록한다. 일교차가 클수록 단풍은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단풍의 남하속도는 사람의 걸음 속도와 비슷하다. 설악산에서 첫 단풍이 들 즈음, 걷기 시작해 해남
영남알프스,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특히 가을엔 더욱 그렇다. 한국 최고의 억새 군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가을이 깊을수록 억새는 더욱 빛을 발한다.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가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한껏 유혹한다. 한국 최고의 억새 군락지답다. 다른 산과 비교가 안 된다. 다른 산에서는 산 정상이나 능선 부위에서만 억새 군락을 자랑하지만 영남알프스는 산군 전체에서 황금빛을 발하며 살랑대는 억새를 만날 수 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다.영남알프스는 전체면적 255㎢ 중 억새면적이 710만여 ㎡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
청량산淸凉山(869.7m)은 이름만으로 보면 전형적인 가을 산이지만 속뜻은 불교 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에 ‘(중국) 화북지방에 청량산이란 명산이 있는데, 그곳에 보살이 상주하고 있다. 그 보살은 문수. 문수보살은 1만여 명의 보살과 함께 살며 항상 설법을 한다’고 나온다. 오대산이 청량산이고, 청량산이 곧 오대산이라는 의미다. 한반도에서는 평창 오대산이 문수보살의 효시이고, 청량산도 그에 못지않다. 지금 한국에 문수사나 청량사, 또는 청량산·오대산·문수산 등의 지명이나 이름은 전부 문수보살과 관련 있다고 보면 틀
본격 가을에 접어든다. 가을 등산객과 행락객은 11월이 연중 가장 많다. 그 다음 10월이고, 5월 순서로 나선다. ‘가을산행은 어디가 좋을까’ 당연히 고민한다.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핵심어가 단풍과 억새다. 올해 첫 단풍은 9월 28일 설악산부터 시작한다. 절정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억새는 이미 9월부터 싱싱한 이파리를 뽐내지만 바람에 나부끼며 햇빛에 반사된 은빛으로 유혹하는 10월이 돼야 제대로 빛을 발한다. 따라서 10월 산행지 선택기준이 되는 핵심어는 당연히 단풍과 억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